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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목정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1-08-16 08:48:55       조회수 : 491 파일 :

 

 

여름 하목정(霞鷲亭)



김채한 전 달성문화재단 대표이사



지난달 장마가 허술하게 끝나더니만 이어 시작된 불가마 더위는 아직도 만만찮게 기승이다. 기후변화로 이런 더위가 예전 같으면 분지형 대구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국이 엇비슷해졌다. 대한민국 전체가 아프리카다. 대구의 대프리카에서 대한민국 대프리카로, 대구보다 기온이 더 올라가는 곳도 여럿이다. 그런 곳이 앞으로는 더욱 늘어 날 전망이다. 그런 와중에도 달성은 비슬산과 낙동강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척에 둔 덕에 저절로 힐링하며 피서가 되는 몇 안 되는 도농복합도시중 한 곳으로 각광받고 있다.

여름은 답사의 계절이라고 했다. 답사라면 달성이다. 어느 지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역사와 전통과 문화재가 풍부하다. 여기에다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들이 즐비하다. 딱 지금에 가장 잘 어울리는 한 곳을 꼽으라면 아마도 한 순간도 주저 없이 하목정을 꼽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목정은 지금 족두리 같은 단심의 꽃들이 만개한 배롱나무들로 여름 더위쯤은 아랑곳하지 않고 붉은 열정들을 부어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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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매력은 그에게 있는 아름다운 침묵 때문”이라는 소로의 말대로 하목정 붉은 배롱나무 꽃들은 열정의 침묵으로 요즘 장관을 이루고 있다. 사당 주변에 심어진 400여년을 넘긴 대여섯 그루 배롱나무와 그 일대의 젊은 배롱나무들은 울 넘어 장대하게 펼쳐진 낙동강에서 부는 강바람과 종일 부드럽게 일렁이며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소식의 귀처럼 `사람들은 모두들 더위에 괴로워하는데/나는 긴 여름 해를 좋아하노라(人皆苦炎熱 我愛夏日長)`라고 말하듯 관대한 자연에 익숙한 붉은 배롱나무 꽃들의 마음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달성군 하빈면에 위치한 하목정은 대구와 성주를 잇는 성주대교가 생기면서 물길이 바뀌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 전에는 낙동강이 담장과 잇닿아 흘러 지금보다 풍광이 매우 아름다웠다. 임란때 의병장 낙포 이종문이 선조 37년에 세운 안채와 사랑채 사당을 갖춘 사대부집이었지만 훗날 이곳에 잠깐 머문 인조가 霞鶩亭(하목정)` 현판을 직접 써줘 사랑채를 정자로 사용하면서 편액은 지금도 당당히 걸려 있다. 당나라 시인 왕발의 `등왕각서` 중에서 (하)와 (목)`을 차용했다는 것. 붉게 물든 노을 속으로 따오기가 날아가는 정경을 읊은 시지만 왕위에 오르기 전 능양군 시절에 찾은 이 곳에서 낙동강의 아침 물안개가 피어오르면서 동시에 힘차게 나는 따오기의 모습이 오버랩되면 가히 절경이다. 이런 능양군과의 인연이 오늘에 까지 이어지는 하목정이다.

물론 하목정 배롱나무 외에도 현풍곽씨 재실인 주보당 뒤뜰에도 수령 4001년 넘은 배롱나무가 있다. 안동 병산서원 잎 뜰이드 등나무가 좋다. 경주 남산 아래 서출지에도 배를 아름답다. 그러나 하목정은 딱히 이린 배통나무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옛 가옥의 독특한 그로도 구을 끈다. 당시의 사가에서는 엄두도 보내는 부연을 달았다든가 부드러운 처마 곡선이나 연스러운 표현하며 기와집추녀에서는 보기 드문 의 방구매기 기법이나 대들보의 가구법 등 눈길 가는 다 배롱나무의 정열 만큼이나 열정적이고 정연한 가문의 이 서려있다. 그 기품들이 붉은 배롱나무의 열기가 들리는 여름 하목정은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여름 힐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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